언론보도
[보도자료] 플라스틱 어택에 소비자와 기업 나섰다
- 2023.08.04
‘스팸’ 하면 떠오르는 노란 뚜껑이 어느 순간 사라졌다. 과포장한 플라스틱만 남는다는 소비자의 개선 제안을 받아들여 현재 뚜껑 없이 생산된다. 또한 즉석밥의 보통명사가 된 햇반은 연간 5억5000만개가 팔린다.
그렇다면 그 용기는? 산소와 미생물을 차단하고 햇빛 · 온도 · 습도의 영향을 받지 않도록 플라스틱 사이에 산소차단층을 끼워 넣어 만든 3중 재질 용기는 별도 수거하지 않는 한 대부분 소각된다. 5000톤에 달하는 플라스틱 아더 용기다. 화장품 용기도 재활용되지 않는다.
제품을 구매하면 따라오는 포장재로 인한 쓰레기가 대부분 플라스틱 관련 폴리 성분들이다보니 식품 업계뿐 아니라 모든 산업계가 지속가능성 시대를 해치는 빌런이 되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우리 지구가 ‘플라스틱 행성’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플라스틱이 발명된 지 200년, 자연분해가 500년이라 하니 최초의 플라스틱이 현재까지 존재하는 가운데 매년 5억t 넘는(2020년 기준) 플라스틱이 전 세계에서 생산되고 있다. 과장된 표현은 아닌 듯하다.
인류에게 최고이자 최악의 발명품이라 불리는 플라스틱! 폴리에스터 등 합성섬유에 주로 사용되는 원재료도 대부분 플라스틱 계열이다. 패션산업도 일찍이 페트병 재활용 섬유를 활용해 왔으나 한계가 많다. 특히 기능성 강화를 위해 합성섬유를 주로 사용하는 스포츠 아웃도어 전문 기업들의 고민은 크다. 최근 파타고니아 룰루레몬 스텔라맥카트니 등 세계적 패션기업들이 플라스틱 분해를 촉진하는 효소 개발에 뛰어든 것도 같은 맥락이다.
2022년 미국 텍사스대 연구팀은 머신러닝(ML) 기술을 통해 플라스틱을 단기간 안에 분해하는 돌연변이 효소 ‘패스트-페타제(FAST-PETase)’ 개발에 성공했는데 이 효소는 50℃ 이하에 페트병을 두면 분해 시간을 몇 시간에서 며칠 내로 단축하게 된다. 프랑스 생명공학 스타트업 카비오스는 “바이오 재활용으로 20시간 안에 폐트병 10만개를 분해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특히 이러한 효소로 플라스틱을 분해하면 단위체로 나눌 수 있어 처음 재료와 동일한 속성을 지닌 플라스틱 생산이 가능해 새로운 원유 사용이 아닌 플라스틱 자체로 무한 재활용이 가능하다고 하니 반가운 일이다.
타미힐피거 캘빈클라인 등을 소유한 필립스반휴센(PVH)과 세계적인 스포츠 기업 푸마가 이 회사와 ‘파이버-투-파이버(Fiber-to-fiber)’ 컨소시엄을 맺었다. 카비오스의 바이오 재활용 기술을 자사 제품에 테스트하는 것을 협력해 궁극적으로 폐의류에서 유용한 폴리에스터 섬유를 추출해 공급망을 안정화하고 지속가능성에 기여하고자 한 것이다.
호주 환경기술 스타트업인 삼사라에코 또한 지난해 11월 3470만달러(약 453억원)를 투자받아 울워스(Woolworth) 룰루레몬 등과 협력하고 있고, 스텔라맥카트니는 미국 프로테인에볼루션과 함께 효소 재활용 기술을 개발 중이다.
물론 풀어야 할 숙제는 많다. 강력한 플라스틱 분해 능력을 지닌 효소여야 하고 값싸고 대량생산할 수 있어야 한다. 기업과 정부의 더욱 적극적인 관심과 투자가 필요하다. 유럽연합(EU)이 자금을 지원한 ‘PET 수명주기’ 프로젝트를 통해 카비오스 시범 시설에서 섬유 폐기물 재활용을 위한 조치가 가동된다고 한다. 지난 6월 2일 프랑스 정부는 5400만유로(약 767억원) 규모의 보조금을 카비오스에 지원했다. 이러한 선투자가 지구를 살린다.